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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와 산고양이 (미야자와 겐지)

도토리와 산고양이


- 미야자와 켄지 -



어느 토요일 오후, 이찌로오네 집에 이상한 엽서가 왔습니다.

카네따 이찌로오 씨
당신은 건강헐 텡게 기쁘구망
내일 성가시런 재판헐 테니 오시게요. 무기는 가져오지 마쇼잉.
9월 19일 산고양이 올림

이런 것이었습니다. 글씨는 엉망진창, 먹물도 진득진득 손에 묻을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찌로오는 너무너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엽서를 곱게 책가방에 넣어 두고는 온 집안을 춤추며 돌아다녔습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산고양이의 빙그레 웃는 얼굴과 그 성가시다는 재판 같은 걸 생각하느라 늦도록 잠들지 못했습니다.
이찌로오가 눈을 떴을 땐 완전히 날이 밝아 있었습니다. 밖에 나와 보니 주변의 산들은 모두 지금 막 새로이 불끈불끈 일어선 듯, 새파란 하늘 아래 늘어서 있었지요. 이찌로오는 서둘러 밥을 먹고는 혼자서 시냇물을 따라 난 오솔길 위쪽으로 올라갔습니다.
투명한 바람이 휘익 불더니 밤나무는 후드득 밤을 떨어뜨렸습니다. 이찌로오는 밤나무를 올려다보며
˝밤나무야, 밤나무야, 산고양이가 이 길을 지나가지 않았니?˝하고 물었습니다. 밤나무는 잠시 조용해지더니
˝산고양이는 아침 일찍 마차 타고 동쪽으로 달려가던걸요.˝하고 말했습니다.
˝동쪽이라면 내가 가는 방향이군. 이상하네. 어쨌든 좀 더 가보자. 밤나무야, 고마워.˝
밤나무는 잠자코 다시 밤을 툭툭 떨어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찌로오가 좀더 가보니 피리꾼 폭포가 나타났습니다.
피리꾼 폭포라는 것은 새하얀 바위 절벽 중간쯤에 뚫려 있는 조그만 구멍에서 물이 피리처럼 울리며 품어 나와, 그 물이 바로 폭포가 되어 펑펑 골짜기로 쏟아져 내리는 걸 말합니다.
이찌로오는 폭포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어이, 피리꾼. 산고양이가 여길 지나가지 않았나?˝
폭포가 삐삐 대답했습니다.
˝산고양이는 아까 마차를 타고 서쪽으로 달려가던걸요.˝
˝이상하네, 서쪽이면 우리 집 쪽인데. 그래도 조금 더 가 볼까? 피리꾼, 고마워.˝
폭포는 다시 피리를 불기 시작했습니다.
이찌로오가 조금 더 가보니 너도밤나무 아래 하얀 버섯들이 잔뜩 모여 쿵짝쿵짝 하며 이상한 악대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찌로오는 몸을 굽혀
˝어이, 버섯. 산고양이가 여길 지나가지 않던가?˝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버섯은
˝산고양이라면 아침 일찍 마차를 타고 남쪽으로 날아가던걸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이찌로오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남쪽이라면 저쪽 산 속인데 이상하군. 좀더 그냥 가 보자. 버섯, 고마워.˝
버섯은 다들 바쁘다는 듯이 쿵작쿵작 하며 그 이상한 악대 노릇을 계속했습니다.
이찌로오는 좀더 갔습니다. 그러자 호두나무 우듬지에서 다람쥐 한 마리가 펄쩍 날았습니다. 이찌로오는 서둘러 손짓으로 다람쥐를 멈추게 하고는
˝어이, 다람쥐. 산고양이가 여길 지나가지 않았니?˝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다람쥐는 나무 위에서 이마에 손을 얹고 이찌로오를 내려다보며 대답했습니다.
˝산고양이라면 아직 어두운 새벽에 마차를 타고 남쪽으로 날아가던걸요.˝
˝남쪽으로 갔다고 두 군데서 그렇게 말하다니 이상하군. 그래도 좀더 그냥 가 봐야지. 다람쥐, 고마워.˝
다람쥐는 이미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호두나무의 가장 높은 줄기가 흔들리고 옆에 있던 너도밤나무 이파리가 반짝하고 빛났을 뿐입니다.
이찌로오가 좀더 가니 시냇물을 따라 난 오솔길은 어느새 가늘어져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시냇물 남쪽의 시커먼 비자나무 숲 쪽으로 조그맣게 새로 난 길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이찌로오는 그 길을 올라갔습니다. 비자나무 줄기들이 시커멓게 겹쳐져 푸른 하늘은 한 조각도 보이지 않고 길은 굉장히 가파른 언덕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찌로오가 새빨간 얼굴로 땀을 뚝뚝 흘려 가며 그 언덕을 올라가니, 갑자기 앞이 확 밝아져서 눈이 부셨습니다. 거기는 아름다운 황금빛 풀밭으로, 풀들이 바람에 사각사각 울고 주변은 멋진 올리브색 비자나무 숲으로 둘러 싸여 있었습니다.
그 풀밭 한가운데 키가 작고 이상하게 생긴 남자가 무릎을 굽히고 손에는 가죽 채찍을 든 채 말없이 이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찌로오는 점점 다가가다가 깜짝 놀라 멈추어 서고 말았습니다. 그 남자는 애꾸눈이었는데 보이지 않는 쪽 눈이 하얗게 되어 꿈틀꿈틀 움직이고 겉옷 같기도 하고 조끼 같기도 한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다리가 굉장히 휘어져서 염소 같고 특히 그 다리 끝이라는 것이 밥을 푸는 주걱 모양이었습니다. 이찌로오는 좀 으스스했지만 될 수 있는 대로 침착하게 물었습니다.
˝혹시 산고양이를 모르시나요?˝
그러자 그 남자는 곁눈질로 이찌로오의 얼굴을 보고 입술을 비틀어 히쭉 웃더니 말했습니다.
˝산고양이님은 이제 곧 이리로 돌아오실 건디. 니가 이찌로오구먼.˝
이찌로오는 흠칫하고 한 걸음 물러나
˝예, 나 이찌로오예요. 그런데 어떻게 그걸 알죠?˝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괴상한 남자는 한층 더 히쭉히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라믄 엽서 봉 거여?˝
˝봤습니다. 그래서 온 거예요.˝
˝문장이 형편 읎었지러?˝하고 사나이는 고갤 숙이고 서글프게 말했습니다. 이찌로오는 그가 가엾어서
˝천만에요, 상당히 글을 잘 쓰시는 것 같던데요.˝
그러자 사나이는 기뻐서 숨을 후유 하더니 귀밑까지 새빨개져서 옷깃을 벌리고 바람을 쐬었습니다.
사나이가 ˝글씨도 상당히 잘 썼등가?˝하고 물었습니다. 이찌로오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습니다.
˝잘 썼어요. 5학년 학생이라도 그 정도는 못 쓸 거예요.˝
그러자 사나이는 갑자기 어두운 얼굴이 되었습니다.
˝5항년이라는 건 초등핵교 5항년 말이지러?˝
그 목소리가 너무나 힘없고 가엾게 들렸기에 이찌로오는 서둘러 말했습니다.
˝아니오, 대학교 5학년 말이에요.˝
사나이는 다시 기뻐하며 마치 얼굴이 온통 입이 되어 버린 것처럼 히쭉히쭉 웃으며 소리쳤습니다.
˝그 엽서는 내 씅 건디.˝
이찌로오가 웃음을 참으며 ˝도대체 당신은 누구죠?˝하고 물어 보니 사나이는 갑작스레 진지한 얼굴로
˝나는 산고양이님의 마부여.˝하고 말했습니다.
그 때 바람이 휙 불어와, 풀들이 온통 물결치고 마부가 돌연 공손히 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찌로오가 이상해서 뒤돌아보니 산고양이가 노란색 두루마기 같은 것을 입고 초록색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 있었습니다. ´역시 산고양이의 귀는 뾰족하게 솟아 있군.´하고 이찌로오가 생각하는데 산고양이가 살짝 절을 했습니다. 이찌로오도 정중하게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엽서 고맙습니다.˝
산고양이는 수염을 쓱 잡아당기더니 배를 쑥 내밀고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잘 오셨습니다. 실은 그저께부터 성가신 말썽이 있는데 재판을 하기가 힘들어서 당신 생각을 좀 듣고 싶어서요. 자, 천천히 쉬고 계십시오. 좀 있으면 도토리들이 올 겁니다. 정말이지 해마다 이 재판 때문에 힘들군요.˝
산고양이는 품에서 궐련갑을 꺼내 자기가 한 대 물고는 ˝피우실래요?˝
하고 이찌로오에게 내밀었습니다. 이찌로오가 깜짝 놀라
˝아니오.˝
했더니 산고양이는 너그럽게 웃으며
˝으응, 아직 어리니까.˝
하면서 성냥을 칙 하고 긋고 일부러 얼굴을 찡그리며 파란 연기를 훅 내뿜었습니다. 산고양이의 마부는 차렷 자세로 똑바로 서 있었지만 너무나 피우고 싶은 담배를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인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습니다.
그 때 이찌로오는 발 밑에서 톡톡 소금이 불에 튀는 듯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깜짝 놀라 내려다보니 풀 사이로 여기저기 금빛의 동그란 것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모두 빨간 바지를 입은 도토리였는데, 한 삼백 개도 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와글와글 웅성웅성 다들 뭔가 떠들어 대고 있었습니다.
˝아, 왔네. 개미처럼 몰려왔어. 어이, 빨리 종을 쳐. 오늘은 그쪽에 해가 잘 드니까 그 언저리 풀을 베도록.˝
산고양이는 궐련을 집어던지고 서둘러 마부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마부는 허둥지둥 허리춤에서 커다란 낫을 꺼내서 산고양이 앞쪽의 풀을 쓱쓱 베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사방팔방의 풀숲에서 도토리들이 뛰쳐나와 반짝반짝 빛나며 와와와 떠들어댔습니다.
마부가 이번엔 종을 땡땡땡 흔들었습니다. 그 소리가 비자나무 숲에 땡땡땡 울리자 황금 도토리들은 조금 조용해졌습니다. 산고양이를 보니 어느 틈에 검고 긴 공단 옷을 입고 잔뜩 뻐기며 도토리들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도토리들은, 언젠가 본 그림에서 나라의 큰 부처님에게 참배하던 사람들 같았습니다. 마부는 이번에는 가죽 채찍을 두세 번 휘익 척, 휘익 척 하고 내리쳤습니다.
하늘은 새파랗게 개고 도토리는 반짝반짝,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재판도 벌써 오늘로 사흘째다. 이제 그만들 화해하면 어때?˝
산고양이가 조금 걱정스럽게 그래도 애써 엄숙하게 말하자 도토리들은 모두 소리쳤습니다.
˝아니, 아니, 안 돼요. 누가 뭐래도 머리끝이 뾰족한 것이 제일 위대해요. 그리고 제가 가장 뾰족하지요.˝
˝아니에요. 동그란 것이 훌륭한 거죠. 제일 둥근 건 바로 저랍니다.˝
˝큰 게 중요하지. 큰 게 제일 위대한 거야. 내가 제일 크니까 내가 제일이라구.˝
˝그렇지 않아, 내가 훨씬 더 크다고 어제도 판사님이 말씀하셨잖아!˝
˝그런 거 다 집어치워. 키가 큰 게 제일이지. 키 큰 게 제일이라니까.˝
˝아니, 힘을 겨뤄 보자. 힘겨룸으로 정하자구.˝
다들 웅성웅성 떠들며 뭐가 뭔지 마치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산고양이가 소리쳤습니다.
˝시끄러워.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정숙! 정숙!˝
마부가 채찍을 휘익 척 하고 휘두르자 도토리들은 조용해졌습니다. 산고양이는 척 하니 수염을 비틀며 말했습니다.
˝재판도 오늘로 사흘째다. 적당히 화해를 하면 어떨까?˝
그러자 또 도토리들이 저마다 말했습니다.
˝아니, 안 돼요. 누가 뭐래도 머리가 뾰족한 게 제일이라니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둥근 게 위대하죠.˝
˝그런 게 아니라 커야 된대두.˝
웅성웅성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 버렸습니다. 산고양이가 외쳤습니다.
˝입다물어, 시끄러워.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정숙! 정숙!˝
마부가 채찍을 휘익 척 하고 휘둘렀습니다. 산고양이가 수염을 슬쩍 비틀더니 말했습니다.
˝재판도 오늘로 사흘째다. 이제 그만 화해를 하면 어때?˝
˝아니, 아니, 안 돼요. 머리끝이 뾰족한 것이…….˝
웅성웅성 웅성웅성.
산고양이가 소리쳤습니다.
˝시끄럽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정숙, 정숙.˝
마부가 채찍을 휘익 척 울리고 도토리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습니다. 산고양이가 살짝 이찌로오에게 말했습니다.
˝이렇다니까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이찌로오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판결을 내리면 되잖아요. 이 중에서 제일 멍텅구리, 엉망진창 정말 덜떨어진 놈이 제일 훌륭하다구요. 저도 설교에서 들었는데요.˝
산고양이는 정말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너무나 잘난 체하는 태도로 공단 옷의 앞자락을 열고 노란색 두루마기를 조금 내놓더니 도토리들에게 판결을 내렸습니다.
˝좋아, 조용히들 해라. 판결이다. 이 가운데 가장 못나고 어리석고 엉망진창이며 정말 모자라고 머리가 찌그러진 놈이 가장 훌륭하다.˝
도토리들은 조용해졌습니다. 정말 조용해져 그대로 굳어 버린 듯 했습니다.
그러자 산고양이는 검은 공단 옷을 벗더니 이마의 땀을 훔쳐 가면서 이찌로오의 손을 잡았습니다. 마부도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며 대여섯 번 채찍을 휘익 척 휘익 척 휘익 척 하고 휘둘렀습니다. 산고양이가 말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지독한 재판을 1분 반 정도에 끝내시다니. 부디 지금부터 저희 재판소의 명예 판사가 되어 주십시오. 앞으로도 엽서가 가면 꼭 와 주시겠지요? 그 때마다 사례는 꼭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례 같은 건 필요없어요.˝
˝아닙니다. 사례는 부디 받아 주십시오. 저의 인격에 관련된 것이니까요. 그리고 앞으로는 엽서에 ´카네따 이찌로오 귀하´라고 쓰고 이쪽을 재판소라 쓸 텐데 괜찮겠습니까?˝
이찌로오가 ˝예, 좋습니다.˝하고 말하자 산고양이는 아직도 뭔가 말하고 싶은 듯이 잠시 수염을 비틀며 눈을 깜박거리다가 마침내 결심을 했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엽서의 문구인데요, 이제부터는 ´볼일 있음. 내일 출두할 것´이라고 쓰면 어떨까요?˝
이찌로오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글쎄, 좀 이상하군요. 그것만은 그만두는 것이 좋겠는데요.˝
산고양이는 ´아무래도 말을 잘못했다, 정말 유감이야.´하는 듯이 잠깐 동안 수염을 비튼 채 고갤 숙이고 있었지만 마침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문구는 지금까지처럼 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사례인데요, 당신은 황금 도토리 한 되와 절인 연어 대가리 중 어느 쪽이 좋습니까?˝
˝황금 도토리가 좋겠군요.˝
산고양이는 ´연어 대가리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하는 듯 재빨리 마부에게 일렀습니다.
˝도토리 한 됫박 빨리 가져 와. 한 되가 안 되면 합금 도토리도 섞어서 가져와, 어서.˝
마부는 조금 전의 도토리를 됫박에 넣어 재 보고 소리쳤습니다.
˝딱 한 되입니다.˝
산고양이의 두루마기가 바람에 팔랑팔랑 나부꼈습니다. 그러자 산고양이는 커다랗게 기지개를 켜면서 눈을 반쯤 감고 하품을 하며 말했습니다.
˝좋아, 빨리 마차를 준비해.˝
커다랗고 하얀 버섯으로 만들어진 마차가 끌려 나왔습니다. 이상하게 생긴 쥐 색깔의 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자,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산고양이가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마차에 타고 마부는 도토리 됫박을 마차 안에 실었습니다.
휘익 척.
마차는 풀밭을 떠났습니다. 나무와 수풀이 연기처럼 흔들흔들했습니다. 이찌로오는 황금 도토리를 바라보고 산고양이는 시치미뗀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차가 나아가면서 도토리는 점점 빛이 약해지더니 마차가 멈추었을 때쯤에는 흔해 빠진 갈색 도토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산고양이의 노란색 두루마기도, 마부도, 버섯 마차도 단번에 사라져 버리고 이찌로오는 자기 집 앞에 도토리 됫박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산고양이 올림´이라는 엽서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역시 ´출두할 것´이라고 써도 된다고 말할 걸 그랬나, 이찌로오는 가끔씩 생각합니다. (1924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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