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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칼럼] 석유통에 빠진 치킨을 가스불에 튀기자구요?


[투자자산운용사 전문칼럼]

 

 

석유통에 빠진 치킨을 가스불에 튀기자구요?

 

 

 

  

 

기름값이 최근 30%나 폭락했다. 우리같이 기름 한방울 나지않는 비산유국들에겐 분명 좋은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분위기는 좀체 살아나지 않는다.

어떤 상품이든 사는 사람(수요)보다 파는 사람(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세계경제가 침체를 거듭하면서 산업가동율이 떨어지니 덩달아 기름수요가 떨어졌고 가격도 내렸구나. 그런데 그렇게만 해석하기엔 내려도 너무 내렸다. 또한편 이상한 것은 이렇게 기름값이 추락하면 공급량을 줄여 가격폭락을 막아야할텐데 산유국협회인 OPEC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보인다.

 

이런 와중에 느닷없이 치킨(chicken)이 등장했다. 아니, 기름값 논쟁에 왠 닭? 겁쟁이란 뜻도 있는 Chicken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을 것 같은 싸움에서 먼저 꼬리를 내리는 쪽을 가르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 매일같이 뚝뚝 떨어지는 기름값 덕분에 주유소를 찾는 운전자들의 마음이 모처럼 가벼워진 배경에는 경제침체로 인한 수요감소와 미국의 세일가스 공급증가라는 단순한 이유보다 최근 우크라이나사태를 통해 노골화된 러시아의 패권주의를 차단하고 에너지가격결정권을 장악하려는 이해당사자들의 치킨게임이라는 해석이 파다하다. 이미 러시아 수출의 절반이상은 가스가 차지하고 있고 또다른 이해당사자인 OPEC회원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도 뒤섞이다보니 에너지가격에 바탕한 사실상의 정치적 파워게임은 자존심때문에라도 쉽게 꼬리를 내리기 힘들기도 하지만 석유통에 빠진 치킨을 가스불로 튀기는 것 만큼이나 위험한 치킨게임의 전형이다. 요컨대, 기름값을 계속 떨어뜨려 어느 한 쪽의 항복을 받아내야 끝나는 싸움인데, 아직은 그 어느쪽도 그럴 마음이 없어보이니 당분간 싸움은 계속될 것같고 기름값 걱정도 덜하겠다.

이처럼 경제를 책에서 배운 이론만 가지고 해석하기엔 위험해도 너무 위험해졌다. 실제로 기름값이 바닥을 쳤으니 이젠 오를 일만 남았다며 투자했던 사람들이나 상대적으로 생산원가가 비싼 상당수 세일가스회사들은 이미 거덜났고 기름값이 내렸으니 경제도 당연히 회복되겠거니 생각하고 기대에 부풀었던 많은 사람들의 좌절감도 대단하다.

 

 

이제 경제는 여태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경제가 아니다. 특히 정치적인 요인들이 결합되면서 그 불확실성도 크게 증가했다. 그러니 과거의 지식과 으로 함부로 예측하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정치,사회,경제,문화,스포츠 등 다양한 요인들을 바탕으로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관점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섣부른 예측과 잘못된 해석에 바탕한 작은 주장에도 쉽게 쏠리고 흔들린다. 경제현상들에 좀 더 많은 주의를 할애하면서 오늘의 현상가운데 숨겨진 원리들을 잘 해석하고 적용해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