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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전문칼럼] 도대체 범인은 누구야?

 

[투자자산운용사 전문칼럼]

 

 

도대체 범인은 누구야?

 

 

 

 

 

 수년간 위태로움을 더해왔던 세계경제 위기의 진원지는 ‘리먼사태’로 대표되는 미국이었지만 ‘달러’를 무기로한 소위 ‘양적완화’로 위기를 가장 먼저 탈출한 국가도 미국이다. 반면 미국발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비틀대던 유럽연합, 즉 EU는 소속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 정책결정에 혼선을 빚어오면서 오히려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왔었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하다. 즉,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심각한 경기침체의 늪에 빠진 것은 물론 미국발 금융위기가 어느새 유럽금융위기로 둔갑해 버렸으니 답답하기도 하거니와 억울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전 유럽중앙은행이 발표한 유럽식 양적완화규모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화끈했다. 내년 9월까지 1조 1,400억 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430조원을 시장에 풀겠다는 것인데 이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6,000억 유로의 2배나 되는 엄청난 돈이다. 물론 유럽연합의 최대주주격인 독일이 반대의견을 굽히지않고 있으며 실제 미국의 경우처럼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진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뿐더러 유럽연합소속 국가들의 서로 다른 경제환경으로 인해 그 영향을 쉽게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당장의 시장반응들은 꽤 긍정적이다. 발표이후 당사자격인 유럽과 미국은 물론 한국의 주식시장까지 크게 상승한 것만 보아도 유럽의 양적완화정책에 대한 세계의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엄청난 돈을 푸는 쪽의 입장에서야 당장의 목표는 경제위기극복이겠지만, 이것은 중장기적으로 세가지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첫째는 그 돈이 기업과 소비자들에 이르기까지 잘 흘러야 한다는 점이며 두번째는 너무 많이 풀린 돈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물가상승, 즉 인플레이션이다. 마지막 세번째는 막대한 통화공급으로 인한 유로화의 가치하락이 다른 국가들을 자극하여 발생할 수 있는 소위 환율전쟁이다.


또한 이미 예고되어있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보다 높은 이자를 찾아 떠나는 자금이탈현상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즉, 시장기대치를 훨씬 상회하는 유럽의 양적완화조치가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닌 셈인데, 그 과정에서 환율에 민감한 한국과 같은 수출위주 국가들에게는 지금보다 더 민첩한 위기관리능력이 요구된다. 이미 몇몇 국가들은 재빠르게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유럽위기의 핵, 그리스 총선결과도 긴축정책을 반대하고 IMF와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당장의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돈풀기로 당장의 숨통은 트였지만 한발 한발이 위태로운 빙판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따라서 ‘그저 좋아지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자신의 재정을 관리하는 시대는 지났다. 물론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는 삶의 충만을 더할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경제환경의 변화와 방향을 이해하고 그에 필요한 태도와 준비를 갖춰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번 유럽의 양적완화정책이 이렇게저렇게 예상되는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필요했던 정책으로 평가한다.


이처럼 겉모양만 다를 뿐 결코 끝나지 않을 앞으로의 경제위기는 그저 낙관적인 태도에 바탕한 무관심이 아니라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득실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경제를 알아야하는 이유다.

김광주 < 투자자산운용사 / 베스트셀러 [당신의 가난을 경영하라]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