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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전문칼럼] 복지논쟁을 가로막는 신뢰의 문제

 

[투자자산운용사 전문칼럼]

 

 

복지논쟁을 가로막는 신뢰의 문제 

 


 

 복지논쟁이 뜨겁다. 특히 이 같은 논쟁이 힘있는 여당지도부에서부터 나왔다는 것이 신기하다. 지난 번에 위정자들을 위한 기도가 절실하다는 칼럼을 썼는데 그에 대한 화답인듯 하여 감사하기만 하다. 복지논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세금, 특히 기업과 부유층의 부담을 올려 만들어진 돈으로 복지를 확대하자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와 정반대로 현재의 보편적 복지를 선택적 복지로 바꾸어 복지지출을 줄인 다음 남는 돈으로 복지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 두가지 방법은 얼핏 서로 다른 것 처럼 보이지만 따지고보면 하나의 문제에 각각 다른 견해를나타낸 결과이다. 그 하나의 문제란 다름아닌 부자증세, 특히 기업법인세율 인상을 통한 복지확대가 실효적인지, 다른 나라들과의 형평성에 비추어보면 어떤지, 만약 그랬을 때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에 포인트가 있다.


우선 복지수준을 비교해 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는 10.4%로 OECD평균인 21.6%의 절반에도 못미치며 조사대상 28개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특히 프랑스나 핀란드에 비교하면 1/3도 안된다. 반대로 국민들이 내는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 세금부담율 역시 꼴찌다. 이런 자료를 단순하게 해석하면 세금을 가장 적게 내다보니 복지혜택 역시 가장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새로 선출된 여당 원내대표가 말한 ‘중부담 중복지’, 즉 지금보다 조금 더 부담하는 대신 복지수준 역시 지금보다 조금 더 확대하자는 논리와 같다. 그러니 어쨌든, 복지를 확대하려면 세금이 더 필요하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다만,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그 같은 세금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증세와 복지와 관련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들의 미묘한 갈등과 심리를 잘 나타내고 있다. 복지를 줄여야한다는 응답이 46.8%p로 세금을 올려야한다는 응답보다 10%p이상 높게 나타났다. 즉, 내 부담을 올려 복지를 늘리는 것은 싫다는 사람이 더 많다. 반면 기업법인세를 올려야한다는 의견은 52.8%p로 반대한다는 22.9%p에 비해 두 배가 높았다. 결국 조사결과를 정리하면 이렇다. 개인소득세를 올려 복지를 확대하기보다 차라리 현재의 복지를 축소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만약 세금을 올려야한다면 개인보다는 기업법인세를 올려 충당해야 한다는 뜻이며 실제 여론조사 비율도 기업법인세를 올리자는 의견(59.7%)이 개인소득세를 올리자는 의견(6.0%)보다 무려 10배 가까이나 높게 나왔다.


이같은 조사결과를 보면서, 최근에 읽었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떠올렸다.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를 취재한 결과를 정리한 책인데, 저자는 그 책에서 행복사회를 이해하는 6개 키워드로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을 꼽았다. 6개 모든 키워드가 많은 공감이 갔지만 그 가운데 특히 신뢰에 마음이 모아졌다. 쉽게 회복할 수 없는 불신이 팽배해 있는 사회에서 우리가 함께 쓰야할 복지비용을 우선 나부터 내놓겠다는 마음이 생겨나기 어렵다. 어떻게든 국방의 의무를 피해보려 애쓴 사람이 한 나라의 총리가 되겠다고 나대는 현실, 대기업 금고에 수 백 조원의 돈다발을 쌓아두고 세금올리면 기업하기 어렵다며 협박하는 현실에서 신뢰를 말하기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복지논쟁과 관련한 대통령의 고집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는 복지와 관련된 증세논쟁을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지하경제양성화와 음성적인 세수발굴을 통해 부족한 재정을 채울 수 있다던 그의 공약은 이미 효과없음이 입증되었고 법인세 감면을 통한 경제활성화도 기대만큼 시원치않다는 것 역시 현실이다. 오히려 기업금고에 쌓인 돈을 조금이라도 풀어서 내수경제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경제회복을 도울 것이라는 이야기에도 아랑곳 없다. 이미 폐기되어버린 공약을 고집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신뢰인지,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 자신의 생각보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우리는 것이 제대로된 신뢰인지 분별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복지논쟁과 관련된 현재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결국 따져보면 복지논쟁의 최대 장애물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신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