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알차게 즐기기
10월 초엔 부산여행이 일품이다. 영화 마니아들을 들뜨게 하는 부산
국제영화제가 10월 6일부터 9일 동안 열린다. 영화관이 모여 있는
남포동과 해운대 인근은 물론 웬만한 술집과 음식점 곳곳에서 맛있는 영화
이야기가 새록새록 피어날 것이다. 부산까지 가서 영화제만 볼 수는 없다.
부산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는 가을의 문턱을 유혹한다. 광안리와 광안대교의
야경은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영화제가 시작되면 가장 붐비는
관광지 중 하나다. 해운대 모래사장에서는 젊은 영화광들이 삼삼오오 모여
영화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화려하고 이국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달맞이고개는 대개 해운대에서 택시를 타거나 걸어간다. 해운대
인근 미포를 지나 기찻길을 건너면 오른쪽으로 해운대를 끼고 오를 수
있다. 멀리 오륙도가 내려다보이는 달맞이고개는 열다섯 고개가 송정해수욕장까지
이어져 있어 15국도라고도 불린다. 이 고개에는 옛날 사냥꾼과 나물
캐는 처녀가 정월 대보름에 기원해 부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달빛 아래 달맞이고개는 해운대의 야경과 더불어 부산의 밤 풍경 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소나무가 우거진 길목에 동산이 조성돼 있고, 언덕 중간에 해월정이라는
정자 겸 전망대가 있다. 요즘엔 일출을 즐기려는 이들도 많이 찾는다.
젊은 층은 바다와 인접한 비치레저텔(미포유람선 선착장 인근, 051-743-5126),
바다가 보이는 노천탕이 멋진 베스타(달맞이고개, 051-743-5705)
등 인근 찜질방에서 숙박을 대신하기도 한다. 저렴하게 회를 즐기려는
이들은 자갈치시장을 주로 찾지만, 바다 풍경이 그립거나 해운대 인근
상영관에서 영화를 감상한 뒤라면 광안리와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찾으면
좋다.
금정산을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동래구 금강공원 내에 위치한 케이블카(051-552-1762)를 타고
약 1.3를 올라 정상에 이르면 해운대와 영도, 부산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등산로를 따라가면 휴정암, 금정산성 4대문, 그리고
최고봉인 고당봉(801.5m)에 이르게 된다.
지하철 온천장 역에서 203번 좌석버스를 타고 가면 염소불고기와 산성
막걸리를 즐길 수 있는 산성마을을 만나게 된다. 산 정상 인근 분지에
자리 잡은 산성마을에 이르면 염소불고기와 산성 막걸리라는 간판을 내건
음식점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갖은 양념을 해 벌겋게 구운 염소불고기(2∼3인분 1g에 약 5만원)는
이 마을의 자랑. 값이 좀 비싼 편이지만 한때 산성 안에서만 판매가
가능했던 산성 막걸리에 곁들이면 그만이다. 산성 내 120여곳의 음식점들이
공동출자해 빚어낸 산성 막걸리는 이제 전국 곳곳에 판매되고 있다. 이
마을의 대표 격인 김찬행(61)씨는 "산성 막걸리는 1970년대
후반 인근에서 횡행하던 밀주를 금지할 목적으로 정부에서 산성 내 판매를
조건으로 인가를 내줬다"며 "염소불고기도 약 45년
전 청대문 대구 우물 청기와집 등 네 곳의 음식점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가서 태종대를 안 볼 수가
없다. 신라 제29대 태종무열왕이 삼국 통일을 이루고 나서 이곳 해안
절경에 반했다 하여 태종대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영도의 남쪽 끝에
위치한 이곳은 남포동에서 영도대교를 건너 일주도로를 타고 10 정도
가면 도달한다.
태종대 중턱에서 4.3나 굽이굽이 뻗어 있는 순환도로는 울창한 숲에다
바다를 끼고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망부석 신선바위 병풍바위
전망대 등대 등 둘러볼 곳도 많다. 날이 맑은 날에는 대마도와 오륙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깎아지른 자살바위(전망대) 위에 서면 푸른 바다와
흰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도가 시원하다. 자갈 마당으로 내려가면
자갈 해변을 즐길 수 있고, 좌판에서는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주변
놀이동산도 발길이 잦다. 태종대 유원지 관리사업소(051-405-2004)
태종대에 이르기 전에 만나게 되는 절영해안산책로는 영선동에서 동삼동까지
3에 걸쳐 있다. 바다 가까이 접해 있어 파도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는
맛이 그만이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85광장 75광장 등 공원과 아기자기한
카페, 원형계단, 계단식 분수대 등을 만나게 된다.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 대회'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남포동에서 영화를 보고 자갈치 시장에
들러 회를 먹은 뒤 영도방면 버스(70번, 6번, 6-1번)를 타고
가다 반도 보라 아파트나 한국 테크노 과학고등학교 앞에서 내리면 된다.
동래구는 원래 기생과 온천으로
이름난 곳. 동래 기생은 이제 자취를 감췄다. 가장 유명한 온천은 3000여명이
동시에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허심청(051-550-2200∼2)이다.
언뜻 규모가 큰 목욕탕을 떠올리겠지만 소금탕 황토탕 등 다양한 테마탕들이
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녹천탕(051-555-4823)은 45년 전통을
자랑한다. 인근 새마을금고 옆 용각에는 1766년(영조 42년) 동래부사
강필리가 신라시대부터 전해온 이 지역 온정(溫井)을 수리한 공로를 기리는
온정개건비(부산기념물 14호)가 있다. 동래의 온천들은 수온이 높아
온천수를 따로 데우지 않고, 약알칼리성을 띠어 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온천에서 피로를 푼 뒤 허기가 느껴진다면 1930년대 동래장터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파전 맛을 즐기러 갈 차례다. 동래구청 옆에 있는 40년
전통의 동래할매파전(051-552-0791)은 찹쌀과 쌀가루 등 곡류를
주로 써 존득존득하다. 웬만한 미식가들은 초장에 찍어 먹는다.
시어머니에게서 노하우를 전수받아 파전 맛을 3대째 이어오는 김정희(42)씨는
"원래 오징어가 안 들어가는 동래파전은 70년대에도 1만원
정도 할 정도로 고급음식인데 값을 낮추기 위해 대합 홍합 조갯살 등
값나가는 해산물 대신 오징어를 넣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복천동 일대에는 동래할매파전 말고도 파전집이 많고, '원조 소문난 산
꼼장어'(051-554-8400), 정원이 예쁜 한정식집 동래별장(051-552-0157)
등 맛집 멋집이 옛 동래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바다와 부산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남포동 인근의 용두산공원과
민주공원(대청공원)도 들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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