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구조조정, 안정된
일자리의 파괴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단지 "차별 받고 못사는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정리해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는 '일상적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우리사회에서 '안정된 일자리' 자체가 파괴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간접고용의 확대 양상을 보자. 한 공정을 분리하여
독립시키는 '분사', 공정마다 사장을 두어 독립채산 방식으로 운영하게
하는 소사장제가 활성화되는데 전자는 사외하청, 후자의 경우 사내하청과
비슷하다.
이로 인하여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사외하청 혹은 사내하청
노동자로 전락하게 된다.
센추리의 경우 핵심부서인 압축기를 분사하고, 나머지 부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서 없애고자 하기도 했다. 현대전자는 반도체만 남기고 분사한 후
매각해서 인원정리를 추진하고 있다. 효성 창원의 경우도 2000년에
분사를 해놓고도 2001년에 또다시 분사를 추진하기도 한다. 대우조선에서도
두 번씩이나 분사를 시행하려고 했다가 노동조합의 저지로 무산되기도 했다.
조폐공사도 공장을 외주 하청 처리함으로써 소사장제를 통한 민영화를 시도하였다.
한국통신의 경우 선로유지보수 파트를 도급으로 전환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114 전화번호 안내국을 분사하여, 대부분의 노동자들을 간접고용 노동자로
전환시켰다.
이러한 분사나 아웃소싱은 몇몇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기업 구조조정 양식으로 선호되고 있으며 그 효과도 매우 크다.
분사나 아웃소싱 못지 않게 용역, 사내하청 등도 급속하게 확장되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사내하청의 비율을 18.9%로 확정해놓았으나 사실상
이 비율은 지켜지지 않았고, 전주공장의 경우 사내하청 비율이 40%를
육박한다고 한다. 조선업종의 경우 워낙 하청 비율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지하철도 정비창을 분사시켜 통째 용역으로 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현재 식당, 청소, 도장은 모두 용역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효성 T&C의 경우도 사측에서 특정 공정이나 과를 하도급으로
전환시켰다. 울산지부의 경우 전체 조합원 900명 중 비정규직이 500명이며,
대부분은 하도급이고 나머지는 이주노동자들이다.
대규모 제조업체의 대부분은 용역업체와 사내하청을 많이 고용하고 있으나,
그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커리어 사내하청의 경우도 정규직
900명 중에서도 용역 노동자들이 600명에 달했으며, 신호제지의 경우도
90년부터 사내하청이 해마다 증가하여 현재 400여 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있다. 인천제철 포항지부의 경우 90년도(13개 업체, 237명)를
기점으로 하청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회사의 자료에 의하면 2000년 9월
34개 업체에 1천26명에 달해 있다. 한창 많을 때는 40개 업체
1천2백 명이 될 만큼 하청노동자가 늘어났다.
이미 청소, 세탁, 식당, 시설, 운전, 안내, 주차 등 단순업무는
하청이 된지 오래이고, 하청을 도입할 때만 해도 일부 부서의 보조업무에
한해 시작되었던 것이 이제는 직영라인에서 함께 일하는 것으로 일반화되어
있다. 즉 하청이라고 해도 특정한 부서가 아니라, 원청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하청의 확대는 대부분 원청의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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