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의 및 성질
'계'는 '취(聚)'의 뜻이고 계회, 즉 '모임'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계회가 계라고 불리고 그것은 일정한
목적 하에 결합한 사람의 단체를 의미한다. 계가 성행하였던 조선왕조 말엽에는 그 종류는 이를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였으며 그 규모도 수명에서 수 백명에 이르러 극히 다양성을 갖고 있었다 한다.
2. 계의 종류
예를 들면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문중계, 향약계, 의신계(義信契), 회갑계, 시계(詩契), 산유계(山遊契)
등을 들 수 있고, 농어촌에서는 각종의 협업을 목적으로 하는 계로서 농계(農契), 어망계 등과 같이 생산용구의
공동구입과 공동사용을 위한 것과, 보계(洑契), 언제계(堰堤契), 우계(牛契), 마계(馬契) 등의
공동노동과 그 분배를 위한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관혼상제를 위한 장계(葬契),
위친계(爲親契), 부조계(扶助契)와 같은 보험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공공사업적인 동계(洞契), 도로계,
교약계(橋梁契), 산림계, 또는 금융, 저축을 목적으로 하는 계도 있었다. 이들 각종의 계는 그 조직에
있어서 계장이 있고 금곡의 출납과 재산의 관리를 담당하는 자(掌財 또는 회계라 한다.)와 업무집행원(有司, 色掌
등으로 불렸다.) 등의 약간의 임원을 두고 있었으며 단체의 운영은 매년 또는 매월 정하여진 계일(총회일)에 계원이
집합하여 계금(契錢)의 납부, 이익금처분, 혹은 사업집행 등을 논의하고 회음산회(會飮散會)하였다.
3. 계의 성립
보통의 조합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전원의 일치된 합의에 의하여 계는 성립한다. 계계약에는 반드시 합의되어야
할 사항이 몇 개 있다. 첫째로 각 계원이 계금을 타게 되는 순위와 계금액(각 계원이 타게 되는 계금 내지 곗돈은
반드시 동액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에 관하여 합의가 있어야 하고 둘째로, 각 계원이 매회에 납부할 부금 내지
곗돈의 금액이 결정되어야 하며, 셋째로 계일 즉, 곗날에 관한 합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
4. 계의 업무집행
계에 따라서는 대외적 활동을 하는 것도 있을 수 있으나 계원 상호간의 저축, 금융을 목적으로 하는 순번계에 있어서는
대외적 활동은 없고 대내적인 업무집행이 있을 뿐이다.
① 계에는 업무집행자가 정하여지는 것이 보통이다. 계주 또는 계장이라 일컫는다(속칭 오야(おや)라
한다.). 실제에 있어서는 계의 조직에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하는 자가 계주로서 업무집행자가 되는 것이 일반이다.
계주는 그의 책임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임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나 계원 전원의 동의가 있으면 사임 또는 해임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때에 특히 중요한 것은 아직 계금을 타지 못한 계원의 의사이며 따라서 규약으로 계원의 과반수로 사임, 선임
또는 개임할 수 있다고 정하는 때에도 아직 계금을 타지 못한 계원 전원의 동의는 언제나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이들의
이익을 특히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② 업무집행자로서의 계주의 가장 주요한 임무는 계원 전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하는 계부금청구권의 행사
즉, 곗돈의 징수이다. 계주는 이 곗돈의 징수에 있어서 자기의 이름으로 재판상, 재판 외의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가? 계주는 계원으로부터 곗돈을 징수할 권한이 있는 이상 그 채권은 계주에게 신탁적으로
귀속한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자기의 단독의 이름으로 재판상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③ 업무집행자는 정기적으로 계일 즉 곗날에 계원들의 모임을 갖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이 모임은 부금의
징수가 주된 목적이나 만일에 부금을 계날에 지급하지 않은 계원이 있어서 계금을 타지 못하게 된 계원이 있게 되는
때는 업무집행자인 계주는 자기의 부담으로 계금을 교부할 책임이 있는가?
이 문제는 계계약 내지 계의 규약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여야 하겠지만 계는 계원 전원의 협력으로 운영되는 일종의
조합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론상으로는 계주에게는 그러한 무거운 책임은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계주는 그러한 무거운 책임을 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인 것 같다. 바꾸어 말하면 그러한 계주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하나의 사실상의 관습인 것 같다.
5. 계원의 권리와 의무
① 계원의 권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금을 탈 순위가 돌아왔을 때에 가지게 되는 계금지급청구권이다.
② 계원의 의무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곗날에 계부금을 지급할 의무이다. 원래 오늘날 가장 널리 이용되는 금융,
저축의 목적을 위한 이른바 순번계는 고리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즉, 계금을 탄 후에 있어서의 부금은 원본과
이자의 분할변제로서의 실질을 가지며 그 이율은 상당한 고리이다.
판례는 이 점에 관하여 각 계원의 계금채권, 채무에 관하여는 (폐지된)이자제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어는
정도의 고리는 묵인하고 있는 것 같다. 계계약에 의하여 당사자들은 실질적으로는 서로 소비대차를 하는 것이 되나
그 본질은 역시 일종의 조합계약이므로 다소 고리이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한 용인된다 할 것이다.
6. 계원의 변동
계에 있어서는 일단 계원이 확정되고 각 계원이 매회 지급할 부금과 순위에 따른 계금의 액이 결정된 후에는 도중에
계원의 가입, 탈퇴에 의한 변동을 인정한다면 여러 가지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 새로운 계원의 가입이나 기존 계원의
탈퇴는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야 한다. 다만 계원의 지위의 양도에 의한 계원의 변동은 이를 인정하여도 상관없으며
실제에 있어서도 가끔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미 계금을 탄 계원의 지위의 양도는 일종의 채무인수로 볼 수 있고 계금을 아직 타지 않은 계원의 지위의
양도는 보통의 조합원의 지위의 양도와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어느 경우에나 계원의 변동은
의무이행 등에 중요한 영향이 있으므로 전 계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고 하여야 한다.
7. 계의 해산, 청산
계가 깨어졌을 때(이른바 파계)에는 해산을 하게 됨은 물론이다. 파계가 되지 않았더라도 계원
전원의 일치로 역시 해산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해산을 한 때에는 청산을 하게 된다. 청산절차에 의하여
각 계원에게 귀속하게 된 채권에 관하여는 각자가 청구소송을 제기하거나 또는 계원끼리 서로 상계를 할 수 있게 되나
청산절차에 의하여 각 계원에게 귀속하기 전에는 채권은 여전히 전 계원이 합유하는 것이 되어 각자가 임의로 청구소송을
제기하거나 또는 서로 상계하지는 못한다고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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