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대차는 당사자의 일방(貸主 : 빌려주는 자)이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방(借主 : 빌리는 자)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동종, 동질, 동량의 물건을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민법 제598조). 소비대차는 차주가 빌린 물건 그 자체를 반환하지 않고 다른 동종, 동질, 동량의 것을 반환하면 된다. 이 점에서 다른 대차형의 계약인 사용대차 및 임대차와 다르다.

그런데 현대의 금융자본주의 시대에도 일상생활의 궁핍을 벗어나기 위한 소비대차, 즉 비생산적인 소비신용을 위한 소비대차도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많은 서민들은 수시로 그러한 신용을 필요로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실정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서 소비대차는 금융제도라는 복잡한 시스템 속의 사금융(私金融)의 한 부분이며 다른 여러 가지의 법률제도와 긴밀하게 결합해서 작용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소비대차는 현물소비대차에서 금전소비대차로, 무이자소비대차에서 이자부소비대차로, 그리고 소비신용을 위한 것에서 생산신용을 위한 것으로 발전해 왔다. 즉, 아주 옛날 자연경제 시대부터 생활에 궁핍한 자가 그때의 곤궁을 일시 벗어나기 위하여 일상 생활필수품인 쌀, 보리 등을 꾸는 현물소비대차가 있었다. 그 후 화폐의 발달로 현물대차는 줄어들고 그에 갈음하여 금전의 대차가 원칙적인 것이 되었다.

그러나 당초에 행하여 졌던 소비대차는 상호부조적 성격의 것이어서 무이자였으리라고 생각되며, 이자부 소비대차가 나타난 것은 상당히 뒷날의 일이다. 중세의 교회법은 이자를 모두 폭리로 보고 이를 금지하였으며 이는 중세를 통하여 유지되었다. 그러나 상거래의 발달로 소비대차는 상인 일반에게 널리 인정되어 초기자본주의 시대에는 이자부 소비대차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면서 그 후 자본주의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과 상품의 교환을 기초로 하는 사회이며 오늘날 수많은 첨단 금융기법이 등장하였지만 자본의 가장 본래적인 존재형태는 금전이고 자본조달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방법은 금전소비대차이다. 그리고 타인의 자금을 이용하는 자는 그것에 의하여 생산 기타의 경제적 활동을 하고 이윤을 얻게 되기 때문에 원본의 반환은 물론이고 이윤의 일부를 이자로서 분배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보게 되었다.

근자에 우리는 IMF라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자제한법을 폐지함으로써 금전소비대차에 있어서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다. 이를 교훈삼아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조항을 두는 방안을 반드시 강구해야 할 것이다.